실패에 대한 단상(斷想)
지금은 실을 많이 안 쓰지만 예전에는 실을 많이 썼다. 그래서 집집마다 실을 감아둔 실패가 몇 개씩 있었는데, 그 실패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집집마다 실패가 있듯이 실패라는 것은 누구나 경험하고, 둥그런 실패가 한번 굴러가면 잘도 굴러가듯 실패의 늪에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쉽지 않겠구나.’ 이 세상에 실패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패 없는 인생을 살고 싶어 하는데, 과연 실패가 인간에게 해만 끼치고 가치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실패 때문에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실패 때문에 위대한 업적을 남긴다. 실패를 패배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는 언젠가 성공의 자리에 서게 된다.
미국 미시간 주 앤하버에 가면 아주 특별한 박물관이 하나 있다. 실패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의 로버트 맥베스가 40년에 걸친 연구와 수집 끝에 1990년에 설립한 실패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집한 7만 여점의 실패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가 이런 실패 상품들을 모아 전시한 것은 이런 실패들이 무가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패한 제품들의 결함이나 부족한 점을 보았기에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가 있었다는 것이다. 1879년 10월18일에 있었던 일이다. 발명왕 에디슨은 일정 전압에도 견디는 필라멘트를 만들기 위해 13개월 동안 4시간만 자면서 줄기차게 연구를 하였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실패를 하였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몹시 지쳐 있었는데, 그에게 한 제자가 다가와 이렇게 말을 했다. “선생님! 11만 번이나 실패하였네요.” 그때 에디슨은 이렇게 대답했다. “실패는 무슨 실패, 나의 실험에는 실패란 없네.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11만 가지의 방법을 알아냈을 뿐이지.”
태평양 전쟁에서 패해 잿더미만 남은 일본이 눈부신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데는 ‘기술개발의 신’이라고 불린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의 공로가 매우 크다. 그가 한 유명한 말이 있다. “내게 성공은 오직 되풀이 되는 실패와 그 실패에 대한 반성을 통해서 가능했다.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의 99%를 실패하는 일에 쓴다.”
실패의 중요성을 표현하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다. 혼다는 1973년 퇴임식에서 “나는 많은 꿈을 이루었지만 실패도 많이 했다. 그러나 실패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실패로 지금의 혼다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저서인 <나의 생각>에도 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람은 앉거나 누워 있을 때에는 넘어지지 않는다. 무엇을 하느라 일어서서 걷거나 뜀박질하기 시작하면 돌부리에 걸려 벌렁 자빠지기도 하고, 가로수에 머리를 부딪치기도 한다. 하지만 설령 머리에 혹이 나거나 무릎이 깨지는 한이 있더라도 앉았거나 누워서 뒹구는 사람들보다는 훨씬 낫다.” 매우 의미 있는 말이다.
인간은 살다보면 누구나 실패를 맛보게 된다. 실패는 일상생활만큼이나 사람에게 있어서 자연스럽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 역시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다. 그래서 실패한 것들을 모아 진열해 놓으면 실패박물관을 차리고도 남는다. 그런데 바로 이 실패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겸허하게 만드는 변장된 축복이다. 인간에게 실패는 자신을 돌아보고, 전능하신 하나님을 바라보고 의지하게 만든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들은 실패가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안다. 진정한 그리스도인들은 실패를 통해서도 선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을 믿기에, 실패를 당해도 낙심치 않고 주님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선다. 의인이 일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