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 정리사
요시다 타이치가 쓴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이 있다. 그는 2002년, 일본 최초로 유품 정리 전문회사인 ‘키퍼스’를 설립한 사람으로, 자신이 직접 처리했던 46건을 정리해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유품정리사가 생소한 직업이지만, 고령화 사회를 일찍 맞이한 일본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직업이다. 유품정리사는 특수 청소 업에 속하는데, 일본에는 이 같은 업체가 30여개가 넘는다. 유품정리사는 외롭게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시신 수습과 장례식을 치르고, 고인이 남긴 물건이나 가재도구를 정리ㆍ처분하는 일을 맡아 한다. ‘현장’에 나갈 때는 특수한 장비를 갖고 나간다.
몇 주나 몇 달 만에 시신이 발견된 경우에는 방안에 시신의 냄새가 스며들어 웬만해서는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유품정리사들은 오존 가스를 방출하는 특수 장치를 필수적으로 휴대하는데, 오존은 강력한 산화작용을 해 살균이나 탈취, 유기물 제거 등에 매우 효과적이다. 유품정리 시 보통 3-4명이 한 조를 이루는데 고인의 집을 구역별로 분담해 유품을 정리한다. 대부분 가재도구는 처분되지만, 고인의 통장, 인감, 손목시계, 사진, 편지 등은 별도의 박스에 보관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같은 유품들을 유족들이 대부분 인수를 거부하고, 심지어 유골도 받지 않아 버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수 거부당한 유골들은 작은 상자에 넣어 폐기물로 처리되는데, ‘도기(陶器) 한 개’라고 표기된다. 천하보다 귀한 인간이 도기라는 이름으로 붙여져 허망하게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씁쓸함을 넘어서 인생의 비애를 느낀다. 그러나 설령, 그 죽음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사일지라도 예수님을 믿고 죽은 사람들은 불행한 죽음이 아니다.
누가복음16장에 나오는 거지 나사로는 개들이 헌데를 핥고 부자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으면서 고독하게 살다가 쓸쓸히 삶을 마감하였지만, 죽은 후 천사들에게 받들려 천국에 들어가 영생의 축복을 누렸다. 비록 몸이 병들어 거지의 신세로 살았지만, 그는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육신에서는 냄새가 났을지 모르지만, 영적으로는 믿음의 향기로 가득했다. 그것은 아브라함의 품에 안긴 것을 봐도 알 수가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 죽음의 흔적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스도인으로 바르게 살아온 삶의 흔적과 함께 그가 남긴 유품은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유품정리인은 보았다>라는 책에 이런 내용이 나오는데,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날 50대 중반의 남자가 죽어서 요시다 타이치가 가게 되었는데, 그 방안이 온통 성인비디오와 도색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성인비디오 대여점을 차려도 남을 정도로 1200개가 넘었는데, 놀라운 것은 그 남자의 직업이 죽기 얼마 전까지 초등학교 교사였다는 것이다. 집 주인이나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진실하고 인품이 훌륭한 선생님은 없었다고 하였다. 그의 유품을 본 이웃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고독사한 그 남자는 자신이 그렇게 갑자기 죽을 줄 몰랐을 것이다. 만약, 자신의 돌연한 죽음을 알았다면 말끔히 치워놨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 남자의 남겨진 유품을 보지 않았더라면 훌륭한 선생님, 인품 좋은 신사로 남았을 텐데, 죽으면서 그 남자가 감추고 싶었던 수치스런 비밀이 그대로 드러나고 말았다.
우리는 지금 어떠한가? 그리스도인으로서 바르게 살아가고 있는가. 또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이 보아서는 안 되는 부끄러운 유품은 없는가? 오늘 내가 산 물건이 내일 나의 유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여 주님 앞에, 또 사람 앞에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아야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