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드는 날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인생을 쌓는 것에 목적을 둔 삶은 언제나 마음을 피곤하게 합니다. 나의 기쁨, 만족이 채워지지 않으면 늘 우울하고, 나의 가치와 목표가 흔들리면 불안해합니다. 세상 가치에 매몰되면, 거짓 안도감을 기쁨이라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가을의 옷을 벗고 겨울 채비를 하는 계절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한 주간이었습니다. 어느새 화려했던 옷을 고이고이 내려놓는 나무들, 그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습니다. 도종환 시인은 이것을 나무의 결심이라고 표현합니다. 단풍이 가장 절정을 이루는 순간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이고, 버리기를 결정할 때 생의 절정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주인을 위해 버린 자들입니다. 움켜쥐려 했던 세상 모든 것들이 배설물임을 확인한 자들입니다. 더 이상 더러운 배설물을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가을의 단풍이 발아래 밟힐 때 아쉬움은 느끼지만, 소유하지는 않습니다.
지난주일 넘치는 교회 3주년을 보내고 난 후,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아쉬운 일들, 더 잘하지 못한 마음들, 더 이루지 못한 속상함들... 그리고 여전히 주인이신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하실지 몰라 고민했던 한 주간이었습니다. 교회의 앞날과 성도들의 성숙, 교회가 교회되고, 말씀이 말씀되어짐과 현실 사이의 괴리... 답답함에 맘을 뒤척이게 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라디오에서 이 도종환 시인의 시가 흘러나왔습니다. 주님의 음성처럼 들려왔습니다.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이지를 아는 순간부터... 생의 절정에 선다’
아직 버리지 못한 감추어진 인간적 야망, 욕심, 자랑, 헛된 추구... 무엇인지 물으셨습니다. 무엇이 진정한 주인 되신 하나님을 향한 신앙인지, 진짜 기쁨은 무엇인지, 이 기쁨의 누림은 어떻게 유지되는지... 우리 교회는 왜 존재하는지 끊임없이 여쭈어 볼 생각입니다.
우리 넘치는 성도들이 벗고 내려놓아야 할 자신의 단풍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