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년을 한결같이
<철도원>이라는 감동적인 일본 영화가 있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하루 수십 명의 승객이 전부인 한적한 호로마이 시골역장인 오토마츠이다. 그는 2대째 철도원인데, 평생 역을 떠나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사람이다. 심지어,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딸이 병으로 세상을 떠나던 날도 기차역을 지켰다. 적당주의와 기회주의로 가득한 얄팍한 현대인들에게 책임감과 직업의식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줄만한 뛰어난 영화다.
철도원만큼이나 자신의 직무에 충실했던 버스 수리공이 있었다. 2006년 3월, 미국 LA 대중교통국(MTA)에서는 아주 특별한 퇴직행사가 있었다. 직장 동료들이 준비한 행사장 안으로 검은 정장에 보라색 셔츠와 중절모로 멋을 낸 할아버지 한 사람이 등장했다. 그 할아버지는 지난 81년 동안 이 회사에서 일해 온 아서 윈스턴이었다. 그의 100번째 생일을 기념한 행사이기도 했는데, 아서 윈스턴은 1906년 남부 오클라호마의 가난한 흑인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버스 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인종차별이 심한 1920년대에 그 꿈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했다. 18살 때 당시 퍼시픽전철이었던 LA 대중교통국의 버스수리공으로 입사했다. 버스를 깨끗이 닦고 기름을 치는 단순한 일이었지만 그는 꿈을 이룬 듯 성실하게 일했다. 늘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자기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일을 하였다. 81년 동안 그는 지각이나 조퇴 한번 없이 자기 자리를 지켰다. 단, 하루 병가를 내고 쉬었는데 그것은 1988년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을 때였다. 그라고 81년 동안 아프지 않고 힘들지 않을 때가 없었겠는가. 그는 자기의 직업에 대한 책임감과 타고난 성실성으로 그것을 극복하고 자기의 자리를 지켰던 것이다.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은 이런 아서 윈스턴의 투철한 직업의식과 성실성을 높이 평가해 그를 ‘세기의 일꾼’(Employee of the Century)으로 선정해 표창하기도 했는데, 회사 동료들 역시 성실하고 정직한 윈스턴을 ‘미스터 신뢰’라고 칭하며 존경했다. LA 대중교통국은 1997년 그가 담당하던 5구역을 그의 이름을 따서 ‘아서 윈스턴 구역’이라 이름 붙였다. ABC 방송은 윈스턴이 100세가 될 때까지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성실한 생활태도와 긍정적인 정신을 들었다. 여기에는 그의 아버지의 바른 가르침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클라호마의 소작농이었던 아버지는 그에게 늘 바르고 정직하게 살라고 가르쳤는데, 그의 아버지 역시 평생 성실하게 농부로 일하다 99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람이 늘 자기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성실함과 인내의 마음이 없이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가정이나 교회, 직장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을 보라. 누가 보든 보지 않든 한결 같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유능해도 있어야 될 때, 필요할 때 자리에 없는 사람은 성실함이 없기에 인정받을 수 없다. 하나님께서도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충성하는 사람을 축복해 주신다. 다윗은 들판에서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왕으로 기름부음 받았다. 목자들 역시 한밤중에 들판에서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때, 천사들로부터 예수님의 탄생소식을 들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즐거우나 괴로우나, 81년 동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아서 윈스턴처럼 그리스도인이라면 직장이나 가정, 교회에서 내게 주어진 자리를 피하거나 소홀히 하지 않고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리스도인의 삶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