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찾아 8천리
인간에게는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본능이 있다. 그래서 명절 때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떠나는데, 이런 본능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동물에게도 있다. 그것을 귀소 본능이라고 하는데, 연어 같은 경우 수만km를 헤엄쳐 자기가 태어난 고향 하천으로 돌아와 알을 낳고 죽는다. 인도의 코끼리들도 죽을 때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 가서 죽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주인을 찾아 아니, 고향을 찾아 300km를 달려 온 진돗개 백구가 유명하다. 1993년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고향 진도까지 먼 거리를 산을 넘고 물을 건너 7개월 만에 뼈와 가죽이 앙상한 채로 주인에게로 돌아왔다. 돌아온 백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몽골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 주인공은 개가 아니라 말이다. 1961년도에 일어났던 일이다. 월남을 지배했던 프랑스 군대가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참패해 철수를 하게 되었다. 공산주의의 팽창을 우려한 미국이 군사고문단을 파견해 월남군을 지원하게 되자, 월맹은 소련을 중심으로한 공산주의 진영의 도움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베트남 전쟁이 시작하게 되었는데, 당시 공산주의 진영에 속했던 몽골도 월맹을 돕게 되었다. 몽골은 가난하다 보니까 지원할만한 것이 없어, 궁리 끝에 월맹군들의 수송작전에 사용되도록 말 1천 마리를 원조하게 되었다. 몽골 말들은 워낙 영리해서 중세시대 때부터 군사작전에 많이 사용되었다. 기마병들이 매복하는 경우, 지휘관의 휘파람 소리가 나면 몽골 말들은 일제히 낮은 풀 아래로 누웠다가, 다시 휘파람 소리가 나면 일어나 적진을 향해 돌진했다. 매복의 성공 여부는 병사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숨죽이고 누워있다 돌진하는 말에게 있었다. 또 몽골 말들은 일반적인 말들이 앞 다리가 먼저 뛰고 뒷다리 둘이 나중에 뛰는 전후구동 주법으로 달리는데 반해, 몽골 말들은 왼쪽 두 다리가 먼저 뛰고 오른쪽 두 다리가 나중에 뛰는 좌우구동법으로 달렸다. 전후구동으로 달리면 말의 반동이 커서 말에 탄 병사들이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 말 위에서의 전투력이 많이 떨어진다. 반면 좌우구동법으로 달리게 되면 말위의 병사들은 흔들림을 거의 느끼지 못해서 화살을 쏘거나 뒤돌아 앉은 채로 칼을 휘두를 수가 있었다. 이처럼 몽골의 말들은 군사작전을 벌일 때 그 우수성이 잘 드러났다. 철도를 이용해 하노이로 보내졌던 1천 마리의 몽골 말들 가운데 1마리가 고향을 그리워해 자신이 왔던 철길을 따라 몽골로 돌아왔다. 그 거리가 자그마치 직선거리로 따져도 8천리가 되었다. 서울에서 부산을 네 번 정도 왕복할 수 있는 3,200km를 달려 고향 땅에 온 것이다. 말이 돌아왔다는 소식에 몽골의 여론은 죄 없는 말을 멀리까지 보낸 정부에 대한 원성으로 들끓었다. 그래서 몽골 정부는 주인으로부터 그 말을 사서 암말 10마리와 함께 보그드 산에서 마음껏 뛰어 놀도록 방면했다.
암말들과 함께 자유롭게 살던 그 말은 수명이 다해 죽게 되었고, 몽골 사람들은 그 말을 기리기 위해 수도인 울란바타르 근교 투브아이막에다 그 말의 동상을 세웠다. 투브아이막은 그 말의 고향이다.
이번 주에 추석 명절이 있다. 추석이 되면 고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감정이 무딘 사람도 그 내면에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있다. 하나님이 주신 본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육적 고향에 대한 향수는 영적 고향인 하늘나라를 생각하게 한다. 성경은 영적 고향을 본향이라고 말한다(히 11장). 본향에 대한 소망은 우리의 영원한 삶을 결정한다. 추석을 맞이해 우리의 영적 고향인 천국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