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숨겨진 얼굴
중국 최고의 가면술로 변검이라는 것이 있다. 소매로 얼굴만 스치면 전혀 다른 얼굴로 바뀐다. 변검은 19세기 말 저명한 천극 예술인인 캉쯔린이 천극 <귀정루>에서 3장의 탈을 바꾸면서 세상에 등장했다. 변검은 관객들의 눈앞에서 순간적으로 얼굴의 표정과 색깔을 바꾸는 마술적인 기예로, 배우가 한 바퀴 돌면서 소매로 얼굴을 스치면 전혀 다른 색깔, 다른 표정의 얼굴로 바뀌게 된다. 이 ‘안면 바꾸기’의 기법으로는 분말로 얼굴 색깔을 바꾸기도 하고 미리 얇은 비단에 그린 여러 장의 그림을 붙여놓는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것이나 관객에게 그 기술이 들켜서는 안 된다. 이런 변검의 기술과 탈을 직접 연구하고 제작한 캉쯔린의 혁신적인 기예는 곧 사천성을 진동시켜서, 수많은 변검사들이 등장했다. 그러다 왕다오정이 1985년 독일 공연에서 탈을 5장까지 바꾸고, 1987년 일본 공연에서는 불가능하리라 여겨지던 탈 10장을 변환하는 놀라운 기술을 선보였다. 1996년 홍콩에서 이뤄진 공연에서 왕다오정은 자신이 개발한 변검의 독자적인 공연 양식과 다양한 공연 기구를 통해 탈 24장을 바꾸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얼굴을 24개까지 바꾼 왕다오정은 홍콩 <대공보>로부터 중국 최고의 ‘변검왕’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그런데 인간은 변검술보다 더욱 많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 가장 고상하고 가장 인격적인 것 같은 겉모습에 숨겨진 거짓되고 불의한 수많은 얼굴들. 그것이 우리의 솔직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카멜레온처럼 수시로 변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얼굴인 것이다. 카멜레온은 도마뱀의 일종인데 빛의 강약, 온도, 감정의 변화에 따라 몸의 빛깔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카멜레온의 변화는 외부 환경이나 감정에 따른 변화이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지만 인간은 그 변화를 알기가 쉽지 않다. 바뀐 얼굴이 그 사람의 본심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는 말이 거기서 나왔다. 사실, 동물은 얼굴만 보면 거의 본심을 알 수 있다. 위장의 천재인 인간은 얼굴만 봐서는 알 수가 없다. 탤런트가 따로 없다. 우리가 탤런트이다. 상대가 싫으면서도 겉으로는 좋은 얼굴을 할 수 있고, 속으로는 배가 고프면서도 얼굴은 배부른 얼굴을 하며, 마음속으로는 딴 생각을 하면서도 겉으로는 잘 듣는 얼굴 표정을 얼마든지 할 수가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10여년 전, 영국의 유명한 여자 아나운서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런던 시민으로부터 사랑을 받던 우리나라 식으로 하면 현모양처의 대표자였던 여인이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죽음을 애도했다. 그런데 그 여인이 죽은 뒤 숨겨진 사생활이 드러났다. 이중생활을 했던 것이다. 남편과 자식이 있던 그녀에게 딴 남자가 있었고, 교통사고가 나던 그날 밤도 그 남자를 만나서 실컷 술을 마시고 가다가 사고가 났던 것이다. 모든 것이 밝혀진 뒤, 영국의 유명한 신문인 <더 타임즈>는 ‘그 여자는 그 여자가 아니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하였다. 인간에 대한 평가에서 이것처럼 치욕스러운 말은 없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여기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많지 않다고 본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설령 그렇게 산다고 하더라도, 진리이신 예수님을 믿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겉과 속이 일치하는 진실된 삶을 살아야 한다. 하나님께서는 정직한 마음, 진실한 심령 속에 거하시고 그들을 축복하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