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그램의 희망
서울대 이상묵 교수(58)는 목 아래를 쓰지 못하는 전신 마비 장애인으로,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린다. 어릴 때부터 해양학자를 꿈꿔온 그는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3년 12월에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되었다. 2006년 7월2일은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운명의 날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과 함께 진행하던 야외지질조사 프로젝트의 마지막 코스인 데스 벨리(Death Valley)로 향하던 중, 사막 한 가운데에서 그가 몰던 차가 전복되었다. 이 사고로 그는 네 번째 척추가 완전히 손상돼 전신마비가 되었고, 사랑하는 제자 1명도 잃었다. 며칠간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의식을 회복한 그는, 하늘이 자신을 살려 보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비록 어깨 아래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과학자로 활동할 수 있도록, 생각할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뺨을 움직이고 입김을 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였다. 무게로 따지면 0.1그램도 안 될 것 같은 희망을 붙잡고 그는 재활에 매달렸다. 기적적으로 빠른 회복을 통해, 6개월 만에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시 대학 강단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최고의 지성인들을 가르치는 세계적인 학자였던 그가 어깨 아래는 쓸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가 되었지만, 그는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전신의 삶에서 휠체어의 삶으로, 서서 보는 세상에서 앉아 보는 세상으로 바뀌었지만 그는 그런 삶에 대해서 감사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인 <0.1그램의 희망>에서 “삶은 희망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충분한 증거다”라고 하며 “44년 동안 정상인으로 살았으니 나머지 인생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의 책에는 이런 대목도 나오는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눈앞에 뭔가 보였을 때 벌떡 일어나 앉는 것, 호기심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것, 기어가는 벌레에 반응하고, 등 밑의 작은 돌을 피해 몸을 뒤척이는 것, 그렇게 나의 감각이 다른 사물과 교통하는 그 모든 것, 그것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인지 꿈에도 몰랐다.”
장애인으로 살아가기 쉽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긍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헤쳐 가는 그의 모습은 작은 일에 낙심하고 좌절하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그리고 그가 더욱 대단해 보이는 것은 보통의 척수 장애인들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그것마저도 감사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그에겐 척추 장애인들 중 일부가 겪는 오토노믹 디스리플렉시아(AD : 자율신경과반사)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나타나, 그때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긴다. 그는 하반신이 모두 마비되었기 때문에 방광에 소변이 차도 스스로 해결할 수가 없다. 그래서 높아진 혈압으로 심한 두통을 겪게 되는데, 그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롭다. 그는 평생을 그런 AD와 싸워야 하는데, 그것을 원망하고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신이 자신을 교만하거나 게으르지 않도록 준 삶의 감시자라고 말한다.
이상묵 교수의 사례에서 보듯, 인간은 극단의 절망적 상황이라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0.1그램의 희망이라도 갖고 그것을 붙잡고 나가면 일어설 수 있다. 특히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 계신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사방이 다 막혀서 출구가 없고,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하나님께서는 그때도 일하고 계신다. 그래서 절망 대신 소망을 붙들고 주님을 찾는 사람은 반드시 일어나서 승리와 영광의 노래를 부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