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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에서 믿음으로’

믿음에서 믿음으로

가톨릭 수도사였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수도원에서 엄격한 금욕생활에 몰두했지만, 구원의 확신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로마 교황청을 순례하던 그는 빌라도의 스물여덟 계단을 주기도문을 외우며 무릎으로 기어올랐다고 합니다. 아무런 감동도 깨달음도 없는 형식적인 순례자의 행동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떤 전승에 의하면 루터가 계단을 오르던 도중 로마서의 말씀이 그의 마음에 천둥처럼 울렸다고 합니다.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 여기의 기록은 구약 하박국서 2:4을 가리킵니다.

예수님이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으실 때 오르셨다고 전해지는 빌라도의 계단은 16세기에 예루살렘에서 로마의 요한성당(라테란 대성당)으로 옮겨졌습니다. 예수님에게 진리가 무엇이냐고 물었던

빌라도의 계단에서 루터는 복음의 진리를 깨달았나 봅니다.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한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에 관해서는 여러 견해들이 있습니다. 헬라어 원문을 직역한 개역개정 성경은 믿음으로 믿음에라고 번역했고, KJV믿음에서 믿음으로라고 번역했습니다. 그런가하면 NIV 영어성경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믿음으로라고 의역했고, 공동번역 성경은 오직 믿음을 통해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에 들어간다고 풀어썼습니다.

믿음으로 믿음에라는 구절에서 앞의 믿음과 뒤의 믿음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두 믿음을 같은 의미로 보는 견해는 일종의 강조어법으로 보고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믿음으로라는 뜻으로 새깁니다.

두 믿음을 다른 뜻으로 보는 견해도 여러 가지인데, <고백록>을 쓴 어거스틴은 고백의 믿음에서 실천의 믿음으로 라고 해석했고, 루터는 어린 믿음, 낮은 믿음에서 장성한 믿음, 온전한 믿음으로라고 새겼습니다. 한편 칼뱅은 수동적인 믿음에서 능동적인 믿음으로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들 여러 견해를 두루 살핀 신정통주의 신학자 칼 바르트는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통해서 나의 신실함으로라고 새깁니다.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라는 하박국서의 믿음은 히브리어 에무나(אמֶונה)인데, ‘아멘의 원형인 아만이라는 단어에서 온 에무나는 성서에서 대부분

신실함으로 번역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을 통하여 우리의 신실함에 이른다는 바르트의 해석은 우리 믿음의 근원이

하나님의 은혜에 있음을 밝히는 또 하나의 신앙고백입니다.

하나님의 신실하심은 입술의 고백을 넘어 신실한 순종의 삶으로 우리를 이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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