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
지구의 평균 온도는 약 15°로 일정하고, 대기 중의 산소 농도는 21%, 바닷물의 평균 염분 농도는 3.5%를 항상 유지한다. 끊임없이 태양열을 받는 지구의 온도는 계속 올라가야 하고, 대기 중의 다른 원소와 쉽게 반응하는 산소의 농도는 계속 낮아져야 하며, 강물이 끝없이 흘러들어오는 바다의 염분농도도 계속 낮아져야 한다. 그런데도 어떻게 지구가 일정한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구 온도, 대기 중 산소 농도, 바다 염분 농도가 조금씩만 높아지거나 낮아져도 끔찍한 자연재해 발생으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생명체는 내부와 외부의 조건이 바뀌더라도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항상성을 지니고 있다. 36.5°의 정상체온을 가진 사람의 신체가 신진대사를 하면서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처럼, 지구도 생물과 무생물의 상호작용으로 그 항상성을 유지한다.
나무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어 엷어지는 산소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아마존의 열대 우림은 수증기를 발산하고 비를 내리게 해서 태양열을 막아 대기의 온도를 낮춰 준다.
땅속의 미생물은 탄소와 질소와 황을 섭취해 영양분을 만드는데, 식물은 그 영양분을 흡수하고 동물은 그 식물을 먹고 찌꺼기를 배설해 땅을 기름지게 만든다. 이것이 지구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자연의 신진대사이자 순환작용의 메커니즘이다. 이렇듯 지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인 셈인데, 이것을 고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이름을 따서 가이아이론(Gaia principle)이라고 한다.
지구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에너지, 그 근원적인 힘은 무엇일까?
철학자 스피노자는 자연을 '능산적 자연'(natura naturans)과 '소산적 자연'(natura naturata)으로 나누고, 만물을 생성하는 창조적 힘이 '능산적 자연'이며 '능산적 자연'으로부터 생성된 것이 '소산적 자연'이라고 주장했다. 창조주의 자리에 '능산적 자연'을 앉힌 셈인데, 그것은 인격도 없고 의식도 없는 물질적 에너지일 따름이다. 인격 없는 물질적 에너지가 인격체인 사람을 창조하고, 생명과 우주를 조성하여 정교한 항상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는 것은 이성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가설일 뿐이다. 무신론자인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세계와 생명의 근원을 의지(Wille)라고 주장했는데, 의지는 이성 및 감성과 함께 인격을 이루는 본질적 요소다. 인격이 없다면 의지도 없을 것이다. 인격도 없고 의식도 없고 목적도 없는 의지는 맹목적이며,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다. 만물의 근원적 에너지, 최초의 의지는 영적 인격체인 창조주 하나님으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성경은 선포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창세기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