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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도스토옙스키의 대하소설 <카라마조프 형제들>에는 '대심문관 이야기''양파 한 뿌리'라는 두 개의 액자소설이 등장한다, 액자소설은 '소설 속의 소설'을 말한다.
1권 끝부분에 나오는 대심문관 이야기는 당시 교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었다. 여기서 도스토옙스키는 천국을 '용서가 있는 곳'으로, 지옥을 '사랑이 없는 곳'으로 정의한다. 2권 앞부분에 있는 '양파 한 뿌리'는 한 번도 착한 일을 한 적이 없는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다. 삶이 지독한 할머니가 지옥에 떨어졌다. 이를 불쌍히 여긴 천사가 그녀 생전에 베푼 단 하나의 선행언젠가 거지에게 양파 한 뿌리를 건네준 일을 기억해내고 하나님께 그녀를 구원해달라고 간청했다. 하나님은 그녀가 양파 한 뿌리를 붙잡고 지옥에서 나올 수 있게 하라고 말씀하신다. 할머니가 양파를 붙잡고 지옥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 지옥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할머니를 붙잡고 따라 오르려고 하자, 할머니는 "이 양파는 내 거야" 라고 외치면서 그들을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양파는 툭 끊어졌고 할머니와 죄인들은 다시 지옥으로 떨어졌다할머니와 다른 죄인들의 관계가 끊어지자, 할머니와 천국을 이어주는 양파도 끊어진 것이다. 이 모습을 본 천사가 눈물을 흘리며 자리를 떠났다. 천사는 할머니의 유일한 선행을 근거로 할머니를 용서하고 구원하려 했지만, 이웃과의 관계를 단절상태로 몰아간 이기심이 결국 자신과 천국과의 관계도 단절시키고 말았다.

이사야는 구원자 예수님의 모습을 '연한 순 같고 마른 땅에서 나온 뿌리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으며, 보기에 흠모할 만한 아름다운 것이 없다'고 묘사했다(이사야 53:2). 우리가 보잘 것 없는 이웃을 돌아보지 않고 관계를 단절해버리면, 우리와 하나님과의 관계도 단절되고 구원의 통로도 막혀버린다. 천사가 눈물을 흘리는 순간이다. 가족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아내와 남편, 부모와 자식이 점점 단절되어 가는 시대사조를 살아가지만,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 단절은 소통의 반대다. 가족의 생명은 사랑과 소통이다도스토옙스키는 '지옥이란 더 이상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고통의 자리'라고 믿었다. 지옥은 다른 곳이 아니다. 사랑의 관계가 끊어진 자리다, 미움과 분노가 가득한 삶의 자리, 거기가 곧 지옥이요 천사가 눈물을 흘리는 자리다. 그렇다면 우리 안에 사랑이 넘치는 자리, 거기가 곧 천국이요 천사가 눈물을 거두는 자리일 것이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천국은 너희 안에 있느니라."(누가복음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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