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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다시 새김’

성탄 다시 새김

옛 유대교의 예루살렘 성전이 서 있었던 자리에는 지금 이슬람의 모스크인 알아크사 사원이 서 있다. 지난 10월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수천 발의 미사일을 퍼부은 군사작전의 이름이 알아크사였다. 솔로몬의 제 1 성전이 무너진 지 70년 만에 스룹바벨이 재건한 제 2 성전은 기원전 64년 폼페이우스의 로마군에 의해 상당 부분 파손되었고, 이것을 헤롯왕이 46년에 걸쳐 화려하게 증개축했다. 헤롯성전은 유대교의 심장 같은 상징이었는데, 예수는 그 성전을 가리켜 강도의 소굴이라고 질책하며 돌 위에 돌 하나도 남김없이 무너질 것을 예언했다. 나중에 로마 황제가 된 장군 티투스는 예수 사후 서기 70, 헤롯성전을 통곡의 벽일부만 남겨둔 채 깡그리 무너뜨렸다. 예수의 예언이 그대로 이뤄진 것이다. 시골여관 말구유에서 태어나 십자가에서 숨을 거둔 예수는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번듯한 자기 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예수에게는 나라도 없었다. 로마제국의 식민지에서 태어나 로마총독의 손에 죽은 예수는 그 자신의 말처럼 머리 둘 곳조차 없는소외인이었다. 모든 정치적사회적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아웃사이더였다. 침략국 로마에 세금을 바치라고 말하는가 하면, 가난한 자의 복이 '재물을 얻는 것'이 아니라 '천국을 얻는 것'이라고 가르친 예수는 유대인들이 목마르게 기다리던 민족 해방자도, 정치적 메시아도 아니었다. 예수는 기존 체제에 저항했지만, 정치혁명이나 민중해방의 깃발을 든 적이 없었다. 식민지를 약탈하는 로마의 제국주의, 정의와 도덕을 비웃는 위선의 종교권력, 약자를 짓밟는 불의한 경제체제그 짙은 어두움 속에서 예수는 오직 회개와 사랑,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 예수는 세상의 찬미와 경배를 받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다. 나치 시대의 순교자 본회퍼의 말처럼, 그는 타인(他人)을 위한 존재였다. 내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많은 사람을 위해 내 목숨을 희생제물로 내어주려 함이다.”(마가복음 10:45) 예수 스스로 밝힌 성탄의 의미다. 희생제물의 출생을 흥겹고 떠들썩하게 즐거워할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의 우리에게 예수는 누구인가? 헌금을 바치고 신앙고백문을 암송하기만 하면 마냥 복을 베풀고 병도 낫게 해주며, 죽은 뒤에는 천국으로 이끌어주는 이승과 저승의 신통한 보장보험인가?

이 세상에서 자기 자리가 없었던 예수는 그러나 저 세상의 천국이 아니라 지금 이 세상에 도래하고 있는 천국을 가르쳤다. 무소불위의 정치세력으로 등장한 '다수의 민중'이 아니라, 우리 곁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 한 사람 한 사람을 사랑했다. 크리스마스는 신자들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다. 교회 밖의 세상에 기쁜 소식이 되어야 한다. 성전종교를 꾸짖고 이웃사랑의 삶을 가르친 아웃사이더 예수의 탄생이 십자가를 향한 고난의 시작이었듯, 그 책임은 입술로 외치는 '예수 천당, 불신 지옥'의 구호가 아니라 선한 삶으로, 내 옆자리 이웃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랑의 모습으로 구현됨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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