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영배(戒盈杯)
소안환이라는 신하가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자 황제 측천무후에 퇴위를 권유하며 올린 상소문의 내용이다. ‘물극필반 기만즉경'(物極必反 器滿則傾)’, “사물이 극에 달하면 뒤집히고, 그릇이 가득 차면 기울어져 넘친다”
그 상소는 실제 반전의 역사가 되었다. 잔인한 숙청과 독단적 정치행태를 거듭하다가 신하들의 반발에 부딪힌 측천무후는 결국 친위대의 쿠데타로 폐위된다. 계영배는 가득 참을 경계하고 절주를 권장하는 술잔이다. 술잔의 내부 구조에 의해 일정량 이상 술을 따르면 술이 밑으로 흘러나가는 구조다. 이 구조는 ‘절주배(節酒杯)’라고도 불렸다. 만든 이는 조선 왕실의 진상품을 만들어 이름을 날린 도공 유명옥이다. 그는 음주가무의 방탕한 생활로 스스로 삶의 파탄에 이르게 되자, 잘못을 깨닫고 눈물을 쏟으며 계영배(戒盈杯)를 만들었다. “가득 찬 것을 경계하라”는 뜻의 이 잔은 술이 약 7할의 높이를
넘으면 잔 밑으로 새어 나가도록 설계되었는데, 그 안에는 말굽 모양의 관이 있어 대기압과 중력의 차이로 사이펀(siphon) 현상이 일어난다. 훗날 계영배로 술을 마시던 거상 임상옥은 술이 자꾸 새나가자 화가 나서 잔을 던져 깨뜨렸다가, 문득 잔에 담긴 비밀을 알게 된다. 그 뒤로 도공의 눈물이 담긴 계영배를 늘 곁에 두고 탐욕·노여움·어리석음의 삼독심(三毒心)을 다스렸다고 한다. 계영배에 흐르는 도공의 눈물에는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의 깨우침이 짙게 배어 있다. 일도, 사랑도, 공부도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삶을 망가뜨릴 수 있다. 출세나 성공도 사람 됨됨이나 지닌 역량에 비해 지나치면 자신뿐 아니라 이웃과 공동체에 해를 끼치기 마련이다.
바를 정(正)자를 파자(破字)하면 ‘하늘(一) 아래 멈춘다(止)’는 뜻이 된다. 하늘처럼 높은 가치 앞에서는 ‘멈출 줄 아는’ 것이 바른 지혜다. 달려야 할 때 달리지 않고 머뭇거리면 실패가 불 보듯 빤하지만, 멈출 줄 모르고 마냥 달리기만 하는 것은 더 어리석은 짓이다. 마치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무법 차량이나 다름없다. 달리는 것이 성장이요 확장이라면, 멈춤은 내실 있는 성숙이다. 성숙 없는 성장, 내실 없는 확장은 나이만 먹은 미숙아에 머무르고 만다. 주일은 멈춤이다. 그리고 안식이다. 하나님의 창조질서 명령 앞에 자신을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일과 행위를 멈추고 창조주를 기억하며 인생의 방향을 절대자의 부르심 앞에 영점 조정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