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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가 없다’ (No Exit)

출구가 없다’ (No Exit)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의 희곡 닫힌 방(No Exit)에서 지옥 방에 갇힌 세 사람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절망을 그려냈습니다. 그 방에는 거울도 없고, 잠을 잘 수도 없으며, 불을 끌 수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끊임없이 들추어내며 괴롭히는 그 공간을 향해 사르트르는 주인공의 입을 빌려 이렇게 외칩니다. 타인은 지옥이다. 이 방을 나갈 출구는 없다.” 사르트르가 문학적으로 묘사한 이 출구 없는 절망, 사실 바울 사도가 로마서 3장에서 선언한 인류의 영적 실존과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바울은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다 죄 아래에 있다고 선언합니다(9). 여기서 죄 아래(휘포 하마르티안)’라는 말은 단순히 죄를 지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라는 거대한 폭군이 다스리는 영토에 갇혀, 그 권세와 지배력 아래 철저히 종노릇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스스로 걸어 잠근 이 죄의 방에서 탈출할 출구가 전혀 없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언입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자신들에게 특별한 종교적 배경과 율법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은 이방인들과 다르다고 믿는 종교적 우월감에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거룩한 율법을 아는 것과 그것을 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오히려 율법은 우리가 얼마나 철저한 죄인인지를 낱낱이 고발하는 거울이 될 뿐입니다.

율법의 행위로 그의 앞에 의롭다 하심을 얻을 육체가 없나니, 율법으로는 죄를 깨달음이라”(20).

사도는 인간 본성의 타락을 해부학자처럼 날카롭게 파헤칩니다. 우리의 존재(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으며), 우리의 언어(목구멍은 열린 무덤이요), 우리의 행동(그 발은 피 흘리는 데 빠른지라)에 이르기까지 온 전신이 죄로 오염되었다고 고발합니다. 이 비참함의 근본 원인은 단 하나, 그들의 눈 앞에 하나님을 두려워함이 없느니라 (18) 하신 말씀처럼, 하나님을 배제한 채 살아가는 실천적 무신론(불경건)에 있었습니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 안에서 1등석에 앉아 있든, 3등석에 앉아 있든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삶을 사는 교양 있는 죄인, 방탕하게 살아가는 세상적인 죄인모두가 결국은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서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지 못하는 영적 익사자일 뿐입니다. 복음의 위대한 반전은 바로 이 출구 없는 절망의 자리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완전히 파산했음을 인정할 때, 내 힘으로는 이 죄의 방을 빠져나갈 수 없음을 고백하며 두 손을 들 때, 비로소 하나님의 은혜가 역사하기 시작합니다. 사람에게는 출구가 없지만, 하나님께는 길을 여시는 능력이 있습니다. 정직한 영적 파산 선언 위에, 마침내 로마서 321절의 위대한 서막이 열립니다. “(그러나) 이제는 율법 외에 하나님의 한 의가 나타났으니

우리의 유일한 비상구는 오직 십자가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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