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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포기


시인 박제영 씨의 시 가운데 <늙은 거미>란 산문시가 있다.


늙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 당신.

늙은 거문개똥거미가 마른 항문으로 거미줄을 뽑아내는 것을 본 적이 있나 당신.

늙은 암컷 거문개똥거미가 제 마지막 거미줄 위에 맺힌 이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나 당신.

죽은 할머니가 그러셨지, 아가, 거미는 제 뱃속의 내장을 뽑아서 거미줄을 만드는 거란다.

그 거미줄로 새끼들 집도 짓고 새끼들 먹이도 잡는 거란다.

그렇게 새끼들 다 키우면 내장이란 내장은 다 빠져나가고 거죽만 남는 것이지.

새끼들 다 떠나보낸 늙은 거미가 마지막 남은 한 올 내장을 꺼내 거미줄을 치고 있다면

아가. 그건 늙은 거미가 제 수의를 짓고 있는 거란다.

그건 늙은 거미가 제 자신을 위해 만드는 처음이자 마지막 거미줄이란다.

거미는 그렇게 살다 가는 거야.

할머니가 검은 똥을 쌌던 그해 여름할머니는 늙은 거미처럼 제 거미줄을 치고 있었지.

늙은 거미를 본 적이 있나 당신.

 

죽음에 관한 한, 인간은 정말 늙은 거미와 아무 차이가 없다.

하지만, 주님 안에서는 죽음이 결코 끝이 아니요, 인간과 늙은 거미는 절대로 동일할 수 없다. 믿음이란, 나라는 인간의 한계를 깨닫고 피조물이라는 정체성을 발견함으로 하나님께 내 인생을 맡겨드리는 것이다.


하나님께 인생을 맡긴다함은 육신적인 이해관계나 감정에 얽매이지 않는다. 요나단이 그러한 인생을 살았다. 삼상18:4 에 보면 이렇게 기록한다.

요나단이 자기가 입었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주었고 자기의 군복과 칼과 활과 띠도 그리하였더라

겉옷과 군복은 물론 칼과 활, 띠를 다 넘겨주었다는 것은 자신의 신분 즉, 자기가 이어 받을 왕권을 넘겨주겠다는 뜻이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행위다. 이런 요나단의 선택이 단지 우정 이야기인가?


아니다.


요나단은 인간적인 관계와 부자간의 정을 따지자면, 사울 편에 서야했다. 그러나 그는 다윗을 선택했다. 아니 하나님을 선택했다는 말이 옳다.

그의 선택은 믿음이었고, 그 믿음은 왕권을 포기할 만큼의 놀라운 결단이었다. 모세는 미디안 광야로 오기 전에 '바로 공주의 아들로 사는 것', 권력과 명예, 그리고 애굽의 모든 보화를 포기했다.

그리스도 예수를 위해 '권리 포기'란 단념하는 것이 아니라 더 귀한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취하기로 결정하는 거룩한 액션이다.

그리스도를 위한 권리포기는 버림이 아니라 비움이요 채움인 것이다.


케이 팝 스타라는 음악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심사위원인 가수 박진영씨가 하는 가장 보편적인 심사평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특히 고음을 잘 부르기 위해서는 온 몸에 힘을 주어서는 안 되고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혈기 왕성한 40, 모세가 힘이 잔뜩 들어갔을 때 하나님은 그를 사용하지 않으셨다.

자신의 똑똑함과 힘과 생각이 미디안 광야에 모두 희석되어 버린 80대 노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모세를 찾으셨다. 믿음이 성숙했다함은 자신의 힘을 뺀다는 뜻이다.

육신의 욕망, 아집, 육신적 권리 이 모든 것을 창조주께 이양해드리고, 하나님으로 채우는 것이 신앙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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