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4년 6월, 세르비아 청년에 의한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 사건으로 제 1차 세계 대전이 발발했다. 영국, 프랑스, 러시아, 이탈리아 연합군과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동맹군 사이에 치열한 전쟁이 벌어져, 전 유럽은 암흑의 시기를 맞게 되었다.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 북부에서 100m도 안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독일과 프랑스 간에는 한 치의 후퇴도 없는 숨 막히는 전투가 벌어졌다. 이것을 마른전투(Battle of Marne)라 부른다. 전쟁터에서도 무심한 시간은 흘러, 어느 새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다. 춥고 습한 참호 속에 웅크려서, 언제 있을지 모를 독일의 공격에 대비하던 영국군들의 귀에 갑자기 독일어로 부르는 낯익은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영국군대는 유방의 한나라 군대가 항우의 용맹한 초나라 군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던 해하 전투의 사면초가를 떠올렸다. 초패왕 항우와 그의 부하들은 대부분 남방의 초나라 출신들이다. 이 초나라를 중심으로 한 남방의 노래를 초가(楚歌)라고 하는데, 감상적이고 애잔하기 그지없어서 들을 때 구슬프기 짝이 없다. 부모처자를 두고 고향을 떠나 오랫동안 전쟁과 향수병에 시달려 온 항우의 병사들은 구슬프고 애잔한 고향의 가락을 듣고는 전의를 상실해, 너도 나도 항우 곁을 떠났다. 아무리 산을 뽑을 만한 힘과 세상을 덮을 만한 기운을 가지고 있던 ‘역발산기개세’의 항우도 백여명의 군사들만으로는 한나라 군대를 대적할 수 없었다. 결국 항우는 자결해 죽고 말았는데, 영국군대는 처음에 독일군이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사면초가처럼 심리전으로 부르는 노래로 의심하였다. 그런데 점차 그 노래는 합창으로 변해갔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영국군들도 영어로 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포성이 뒤 흔들었던 전선이 순식간에 크리스마스 캐럴로 가득찼다. 밤새 캐럴이 울려 퍼진 전선에 동이 터 올랐다. 한 독일군 병사가 참호 밖으로 나와 영국군 쪽으로 조심스럽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영국 병사들은 그 독일군 병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 총에 손이 갔다. 그러나 독일 병사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총이 아니라 작은 나무에 초를 단 크리스마스트리였다. 그것을 확인하고는 영국 군인들은 총에서 손을 떼었고, 영국군 측에서도 몇 몇 병사들이 참호 밖을 빠져나가 그 병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양측 지휘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양측 참호 중간지대에서 만나 서로 악수를 하고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누었다. 전쟁의 땅에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참호 밖으로 나온 병사들은 그들 사이에 무수히 널려있던 양쪽 병사들의 시체들을 보게 되었는데, 양측 지휘관들은 시체수습을 위해 잠시 동안의 휴전에 합의했다. 시체가 모두 치워지자 들판에서는 양측 병사들의 축구경기가 벌어졌다. 탄피가 가득 찬 진흙벌판에서 공을 차며 외치는 함성소리로 가득 찼다. 경기 후에는 병사들끼리 기념사진을 찍고 서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교환하였다. 그리고 모여서 가족사진을 서로 보여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병사들에 의한 ‘자발적인 성탄 휴전’은 무의미한 전쟁을 치르던 그들에게 잠시나마 평화의 상태를 조성해 주었다. 이 감동적인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영화로 제작되어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성탄은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기쁨의 소식이다. 예수님은 염려와 두려움, 불안과 공포, 전쟁과 질병 등으로 가득 찬 이 땅에 참된 평화를 주시기 위해 오셨다. 평강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을 진정으로 맞이할 때, 우리에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평안이 강물처럼 넘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