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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충신인가


병자호란의 치욕을 담고 있는 <남한산성>이란 영화가 있었다.

청나라 군사는 10만 여명이 넘는데 반해, 남한산성 안 조선의 군대는 13천에 불과하였고 식량도 부족하여 2달을 버틸 수 없었다. 이미 성 밖은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청나라 군대에 유린당하고 있었다. 이러한 시기에 남한산성 안에 있던 신하들은 두 파로 나뉘어졌다.

하나는 명나라를 배신하고 오랑캐인 청나라를 섬길 수 없다고 끝까지 싸우자는 주전파였고, 다른 하나는 종묘사직을 지키고 후일을 도모하는 길은 화친밖에 없다는 주화파였다. 주전파의 대표자는 예조판서 김상헌이었고, 주화파의 대표자는 이조판서 최명길이었다. 당시 두 사람의 이념적 갈등은 서로가 목숨을 걸어야 하는 명분의 싸움이기도 했다.

인조반정 이후 조정의 실권을 쥐고 있던 서인은 명나라를 섬겨왔던 대의명분을 중시하여 친명배금 정책을 취했다. 따라서 오랑캐와 싸우겠다는 김상헌의 척화론은 대신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고, 반면에 최명길의 화친론은 소수였고 매국노라는 지탄을 받았다.

청나라 군사들이 남한산성을 이중 삼중으로 에워싼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인조와 조정 신하들은 머리를 맞대었지만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았다. 계속 항전을 벌이자니 군사들과 식량이 모두 부족했고, 그렇다고 오랑캐에게 항복하는 것은 더더구나 할 수 없었다. 끝까지 싸우자는 주전파가 대세였지만, 그 와중에 청나라와 협상을 하자는 신하가 있었다. 바로 최명길이었다.

최명길은 인조에게 말했다. “성이 포위되어 배급로가 차단되는 바람에 성안 사람들은 굶어 죽기 일보 직전이옵니다. 원망과 고통이 하늘을 찌를 듯하니, 백성을 무마시키고 종묘사직을 지키는 길은 화친밖에 없사옵니다.” 그러자 주전파의 대표자인 김상헌이 죽을 때 죽더라도 오랑캐에게 결코 머리를 숙일 수 없다고 최명길을 질타하였다.

주전파와 주화파의 대립 속에 갈등하던 인조는 강화도에 피난해 있던 왕실 가족들이 청군에 포로로 잡혔다는 소식을 듣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결국 화친을 주장하는 최명길에게 항복 문서를 쓰게 했는데, 이 소식을 들은 김상헌이 달려와 문서를 갈기갈기 찢었다. 최명길은 찢어진 종이 조각들을 주우며 이렇게 말했다.

대감은 찢으시오. 줍는 일은 내가 하오리다.” 결국 인조는 1637130, 삼전도에서 청 태종 앞에 세 번 절을 하고 아홉 번 머리를 땅에 찧는 삼배구고두례를 행하게 된다.

남한산성에서 치열하게 대립했던 두 사람은 이후, 전범(戰犯)으로 청나라에 잡혀가게 된다. 1643년 청나라의 도성인 심양 감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시()를 주고 받으며 흉금을 털어놓게 된다. 먼저 김상헌이 읋었다. “조용히 두 사람의 생각을 찾아보니 문득 백년의 의심이 풀리는구료이에 최명길이 화답했다. “그대 마음 돌 같아서 돌리기 어렵고 나의 도는 고리 같아 경우에 따라 돌리기도 한다오.”

서로의 생각과 이념은 달랐지만 나라와 백성들을 사랑하는 두 사람의 마음은 똑같았다. 누가 옳고 그르냐를 떠나 두 사람 모두 충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라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꼭 한가지일 수 없듯이, 교회를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는 방법도 한 가지 일수는 없다.

복음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표현과 방법, 생각과 의식이 다르다고 해서 분쟁하거나 대립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 안에서 관용의 마음을 갖고 상대를 이해하고 존중할 때, 상대의 본심이 보이고 주님의 마음을 알게 된다. 그러므로 나만 충성된 일꾼이 아니라 상대도 충성된 일꾼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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