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사고로 앞을 보지 못한다면 그 화가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
화가로서 사형선고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이니, 당연히 화가로서의 인생은 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화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박환 화가(60)이다. 화가 박환은 2013년 10월,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얼굴은 산산조각이 났고 머릿속에는 시한폭탄 같은 혈전이 생겼다. 보호자인 여동생은 의료진에게 오빠에게 눈은 생명과도 같으니 시력을 잃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이미 왼쪽 시신경이 끊어졌고 수술을 여러 번 하면서 오른쪽 눈의 시력도 잃었다.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그는 빛에 반응하지 못한다. 캄캄한 암흑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집으로 돌아온 박환은 좌절과 절망의 나날을 보냈다. 삶을 포기할까 생각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동생이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 볼 수 없는 사람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하자, 화가 난 박환은 “그럼 네가 눈을 감고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다. 그래도 못이기는 척, 바닥에 연필과 스케치북을 놓고 삐뚤빼뚤하게 동그라미와 선을 그려봤다. “거봐, 되잖아”라는 여동생의 응원이 이어졌다.
그림을 그리니 죽으려는 생각이 없어졌다. 그림을 그리는 순간에는 불안함과 좌절감도 사라졌다.
그리고 그림을 그릴 때마다 달라졌다는 여동생의 평가는 박환을 다시 그림에 매달리게 만들었다.
2014년 봄, 본격적으로 그는 화가로서의 작업을 시작했다. 사고로 시력을 잃은 지 5개월 만의 일이었다. 물론 그가 다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연필로 스케치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는데, 실과 바늘을 이용하였다. 손의 감각을 이용해 스케치를 했다.
실에 풀을 붙여 스케치를 한 후, 핀을 꽂아서 어디인지 구분을 했다. 그 후에 굵은 실을 덧바르고 청바지 등 입체감 있는 재료들을 이용했다. 그리고 그 위에 색을 입혔다. 사람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그가 어떻게 색을 구분하는지 궁금해 했는데, 그는 그것에 대해 이렇게 말을 했다. 물감마다 조금씩 농도가 다른데, 미세한 농도차이를 이용해서 색을 구분한다고 했다. 그렇게 일 년 정도 시간이 지나니까 예전 느낌이 돌아오게 되었다.
2017년 1월, <눈을 감고 세상을 보다>라는 제목으로 그가 개인전을 열었다. 대부분의 관람객은 시각장애인이 그린 것을 모르고 왔다가 앞을 보지 못하는 화가가 그렸다고 하자, 작품을 보며 눈물을 흘리거나 대단하다는 말을 하였다. 어떤 사람은 그를 붙잡고 희망을 줘서 고맙다고까지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예전에는 유명해지고 부유해지고 싶어서 그림을 그렸어요. 하지만, 지금은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감사하고 그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살아갈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나는 그림으로 희망을 전달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래서 작품 내용도 행복과 희망에 관한 내용이죠.”
시력을 잃은 그 절망적 사건을 통해 오히려 그는 삶에 대해 더 감사하면서 희망의 전도사가 되었다. 시력을 잃기 전에 그의 그림은 어둡고 무거운 주제의 그림이 대부분이었지만, 시력을 잃고 난 후에는 희망의 그림이 대부분이다. 그의 작품 세계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는 지금도 실패와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희망을 노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를 보더라도 세상에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없다.
절망적 환경이라도 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 더욱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므로, 어떤 극한 상황 가운데서도 적극적으로 도전하며 사는 아름다운 인생이 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