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에 출간된 <당신은 모를 것이다>라는 감동적인 책이 있다. 소설가 정태규(60)씨가 쓴 책으로 7년간의 투병에 대한 자전적 에세이다. 그는 루게릭병으로 온 몸이 마비된 장애인으로, 안구 마우스라는 기기를 사용해 글을 쓰고 있다. 그는 1990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부산작가회의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고등학교에서 국어과목을 가르쳤다.
그런 그에게 운명을 뒤흔드는 병마가 찾아왔다. 2011년 9월의 어느 날. 국어교사로, 소설가로, 한 아내의 남편이자 가장으로 누구보다 성실한 삶을 살아온 그의 일상을 산산조각내는 루게릭병이 찾아온 것이다. 출근하기 위해 와이셔츠 단추를 채우려는데 엄지와 검지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아내를 불렀는데, 아내는 손가락이 이상하다는 그의 말을 듣고 장난치는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근육이 점점 마비되는 루게릭병의 초기 증상이었다. 루게릭병은 근육이 사라지고 척수의 운동신경 다발이 딱딱하게 굳는 병으로, 진단을 받고난 후의 평균 수명이 3년에서 5년밖에 안된다. 그도 점점 상태가 악화되면서 휠체어를 타게 됐고, 목구멍이 굳어 위에 구멍을 뚫어 영양을 주입하게 되었다. 2015년에는 기관절개술을 받아 강제로 폐에 산소를 공급하는 산소호흡기를 부착하였다. 그때부터 그는 맛, 냄새를 감각하는 능력을 상실하였다. 지금은 손과 발을 움직이지도 못하여 스스로 먹을 수도 배설할 수도 없고 말을 할 수도 없는 전신마비의 몸이 되었다.
루게릭병 초기에 말을 할 수 있었던 때에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서 소설을 쓸 수 있었다. 그가 구술하면 아내가 타이핑을 했는데, 그때 쓴 소설이 <비원>이다. 그러나 지금은 병상에서 오로지 안구 마우스로만 소통한다. 2014년, 그의 삼킴 상태가 심해지면서 발음이 어눌해져 글을 쓰기 어려워졌을 때, 안타깝게 여긴 부산소설가협회에서 후원금을 모금해 안구 마우스를 선물하였다. 안구 마우스란 안구의 움직임을 통해 글씨를 쓸 수 있도록 고안된 기기다. 모니터 상에서 쓰고자 하는 자음과 모음을 바라보면서 눈을 깜빡이면 해당 자모가 입력된다. 한 글자 쓰는 데 30초가 소요되기에 한 문장을 완성하는 데는 15분 정도 걸린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라는 책도 하루 12시간씩 눈으로 쓴 책이다. 지금도 그는 안구 마우스를 통해 글을 쓰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언젠가 눈 근육이 약해지는 날이 온다 해도, 그는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한다. 안구 마우스 하나로 글을 쓰는 것은 물론 음악, 영화, 카톡, 쇼핑, 바둑까지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보통사람이라면 빨리 죽었으면 하는 그런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그는 즐겁게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를 보면서 하루와 일상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당신은 모를 것이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사소하고 대수롭지 않은 일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을 한다. ‘카페에 앉아 잡담을 나누는 것, 아이들에게 공을 던져주는 것, 거실 천장의 전구를 가는 것,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 등’ 보통사람들이 누리는 그런 일상을 누군가는 그렇게도 누리고 싶고 그리워한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건강을 잃기 전까지는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것인지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께서 주신 이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일상의 삶이 얼마나 귀한가. 그것을 가슴 깊이 깨달은 사람은 하루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가치 있고 의미 있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