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있어 가방은 아주 소중한 물건이다. 때로 물건을 넘어 분신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방에는 소유한 사람의 인격이나 삶의 모습을 대변할 때가 많다. 오늘의 시대는 물질만능주의다 보니 사람들이 자동차만큼은 아니지만 가방도 신분을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여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명품 가방을 소유하려고 애쓴다. 명품 가방 하나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한다. 에르메스 버킨백 같은 가방은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데 수제품이라서 일반인들 같은 경우는 주문하고 5,6년을 기다려야만 한다. 그런 명품 가방은 물질적 가치가 대단히 높다. 그러나 그런 세상적 가치로 따질 수 없는 보석 같은 가방들이 있다. 희생과 성실의 땀이 밴 삶의 향기가 담겨진 가방들이다. 그런 삶의 향기가 진하게 밴 가방에 대한 두 가지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마더 테레사의 가방이다. 테레사가 오래 전 우리나라에 왔을 때의 일이다. 김포공항에 수많은 환영객과 취재진들이 몰려와 테레사 수녀를 에워싸 밀치고 당기다보니 그만 테레사 수녀가 가방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가방을 찾기 위해 애썼는데, 찾지 못하다가 나중에 공항의 어느 쓰레기통에서 테레사 수녀의 가방을 찾아냈다. 아주 낡고 초라한 가방이었다. 워낙 낡은 가방 이다보니 누군가가 쓰레기통에 버렸던 것이다. 그 가방 속에는 오직 성경과 묵주만이 들어있었다.
그 낡고 해어진 가방은 테레사 수녀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었다. 평생을 가난하고 병들고 헐벗은 사람들을 섬기며 살았던 테레사 수녀가 1997년 세상을 떠났을 때, 그녀가 남긴 것은 입고 있었던 흰색 사리복과 낡은 가방이 전부였다. 그 가방에는 세상 어느 가방에서 볼 수 없는 그리스도의 향기로 가득했다.
또 하나 낡은 가방에 관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2005년 11월,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라는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소록도를 떠난 오스트리아 출신 수녀들의 가방이다. 마리안 수녀와 마가레트 수녀는 20대의 한창 나이인 1960년대 초, 소록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나온 두 수녀는 소록도병원이 간호사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환자들을 섬기기 위해 아무 조건 없이 가난하고 낙후된 동양의 작은 나라인 우리나라에 왔다. 두 수녀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 환자들의 상처 난 부위에 약을 발라주었고, 과자와 음식을 만들어 섬겼다. 본국 수녀회가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 우유와 간식비로 다 사용하였다. 또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하고 나병 환자 자녀를 위한 보육과 자활정착 사업에도 헌신했다. 40여 년간을 두 수녀는 소록도에서 수천 명의 환자들의 손과 발이 되면서 철저히 환자들을 위해 살았다. 그래서 병원 측이 마련한 회갑잔치마저 “기도하러 간다”고 피했었고, 떠날 때도 송별식을 행하는 것이 불편해 아무도 모르게 새벽에 배를 타고 소록도를 떠났던 것이다. 떠난 이유도 이제 나이가 일흔이 되어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려워 병원 측에 부담이 되는 것이 싫어 떠난 것이다. 두 수녀가 떠날 때 몸에 지닌 것은 40여 년 전 소록도에 올 때 지녔던 낡고 해진 가방 하나였다.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두 수녀의 이런 헌신적인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나게 한다. 예수님을 따른다고 하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에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배어있는지, 아니면 세상적 냄새가 가득한지, 곰곰이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