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은 종교개혁 주일입니다. 종교개혁의 중요한 교리 중 하나인 ‘만인 제사장’의 정확한 번역은 ‘전 신자 제사장’입니다. 모든 사람이 제사장이 아니라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모든 사람이 제사장입니다. 구약 시대에는 오직 제사장만이 정결 의식을 치른 후에야 제한적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십자가 구속을 통해 모든 성도는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는 왕 같은 제사장으로 부름을 받게 되었습니다(벧전2:9). 성직자와 성도 사이의 구분이 근본적으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 교리를 피상적으로 이해하여 생기는 오해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먼저, 로마가톨릭교회는 전 신자 제사장 교리를 아예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로마가톨릭교회가 전 신자 제사장 교리를 전적으로 부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사장직을 두 개로 구분하는데 근본적인 오류가 있습니다. 일반 사제직과 목회 사제직을 구분합니다. 전자는 세례를 통해 모든 신자에게 부여되지만, 후자는 성직 임명을 통해 사제에게만 부여됩니다. 이 둘은 단지 정도의 차이가 아니라 본질에서 차이가 납니다. 로마가톨릭 입장은 한편으로는 전 신자 제사장을 인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음으로, 전 신자 제사장 교리를 만인평등설과 비슷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이 교리를 어설프게 이해한 일부 사람들은 목사와 일반 신자 사이에 아무런 구분도 없다고 주장합니다. 설교도 목사나 일반 신자 구분 없이 돌아가면서 하고, 성찬 집례나 축도도 균등하게 하는 것이 이 교리에 더 충실하다고 합니다. 사제와 일반 신자 간에 어떤 기능적 구분도 두지 않았던 재세례파가 칼빈파나 루터파보다 더 성경에 충실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첫 번째 오해도 문제지만 두 번째 오해도 교회를 심각하게 파괴하는 견해입니다. 무엇보다 전 신자 제사장 교리는 만인 목사설이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신분은 모두 똑같습니다. 누구든 예수님을 믿으면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분은 다릅니다. 직분은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기 위해 사람에게 은사와 소명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섬기라고 맡기신 봉사 직무입니다. 우리가 임의로 바꾸거나 규정할 수 없습니다. 신앙의 선배들이 전 신자 제사장 교리를 내건 궁극적 이유는 신자의 평등이 아니라 교회의 연합을 이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로마 가톨릭 교리에 따르면 교회 안에는 두 종류의 그룹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영적인 존재, 성직자이고, 다른 하나는 세속적 존재, 일반 신자입니다. 성직자는 하나님과 특별한 관계에 있고, 특별히 성례전을 행사할 수 있는 권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교회의 연합을 현저히 깨뜨립니다. 교회의 몸이 하나이면, 그 몸의 종류도 하나입니다. 그런 점에서 성직자와 일반 신자의 구분은 사라져야 합니다. 모든 신자가 제사장이며, 따라서 모든 신자가 영적인 존재입니다. 전 신자 제사장 교리에 따르면 목사는 제사장이 맞지만 목사만 제사장은 아닙니다. 물론 전 신자 제사장 교리가 신자의 기능 혹은 직무의 구분을 무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성경은 분명히 모든 신자가 제사장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직분의 구분 또한 명시합니다. 다만 이것은 존재의 구분이 아니라 기능상의 구분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하나님이 각자에게 부여하신 소명을 따라 그 일을 하도록 해야 합니다. 목사가 할 일이 설교라면, 주부가 할 일은 가정을 돌보는 것이고, 농부가 할 일은 농사를 잘 짓는 것입니다. 다양한 직분 속에서 모든 신자는 하나님 앞에서 모두 거룩한 제사장으로서 한 주님을 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