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4월 5일 경북 칠곡군 가산면 유학산 자락에 F-15K 전투기 1대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직업이 있지만 공군 조종사들처럼 비행에 임할 때마다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직업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공군 조종사들은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평소 머리카락 50가닥과 손톱을 잘라 보관해 둔다. 최근 10년간 비행 10만 시간 당 사고율을 비교하면 F-16의 경우 한국 공군이 2.26건인데 비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미국 공군은 4.38건에 이른다. 그런데 사망률은 반대로 우리나라 공군이 훨씬 더 높다. 그것은 민간 피해를 막기 위해, 또 비행기를 어떻게 하든지 보존하기 위해 비상탈출시기를 놓쳐 비행기와 같이 산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조종사들의 사명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남다르다. 실제로 2006년 5월5일 어린이날, 어린이들을 위해 경기도 수원비행장에서 에어 쇼 곡예비행을 하던 중 비행기 추락사고로 조종사 한명이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어린이들을 포함해 1300여명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비상탈출하면 충분히 살 수 있었음에도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아 비행기와 함께 산화하였던 것이다. 2003년 5월에도 엔진고장으로 공군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목숨을 잃은 적이 있다. 관제소에서 “비행기를 버리고 탈출하라”고 3차례나 지시를 내렸지만 조종사는 민가 밀집지역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수를 인가에서 떨어진 비닐하우스 쪽으로 돌려 추락하였다. 조종사들에게 투철한 사명감과 헌신이 없다면 이런 희생은 불가능하다. 조종사들이 그러한 사명감을 갖기까지는 고된 훈련의 과정이 필수적이다. 초급 중급 고등 훈련 과정을 거치는데, 기본적으로 에베레스트 산 보다 높은 높이로 상승하는 기압 적응 훈련인 저산소 훈련, 중력가속도에 따른 하중(일명 G)을 견디는 중력가속훈련을 받는데, 가속도 훈련 도중 기절하거나 실신하기까지 한다. 또, 조종불능인 상태에서 안전하게 탈출하기 위한 인젝션 훈련과 비행착각훈련도 받는다. 이런 훈련은 기본이고 그 외에 각종 훈련을 주야로 받는다. 그래서 보통 10년 차 전투기 조종사 한명을 길러내는 데 100억 정도의 돈이 든다. 그러다보니 미국에서는 공군조종사를 ‘워킹 포천’(Walking Fortune), 즉 ‘걸어다니는 돈 덩어리’라고까지 부른다.
이런 고된 훈련에 더해 조종사들에겐 생활의 제약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비행 12시간 전에 금주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심지어 부부싸움도 해서는 안 된다. 감정 조절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비행기 조종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조종사들의 세계엔 ‘No Excuse’라는 말이 있다. 비행에 관한한 어떠한 변명도 있을 수 없다는 말이다. 사람이 실수하고 실패할 때 변명을 하곤 하는데, 일반 사회에선 그것이 허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조종사의 세계에서는 절대 허용이 안 된다는 것이다. 투철한 사명감과 철저한 헌신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조종사들은 한결같이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책임진다는 조종사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죽음의 위험 가운데서도 조종석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사명감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 역시 하나님으로부터 사명을 받았다. 크든 작든, 그 사명에 순종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조종사들의 예에서 보듯이, 주님이 맡겨주신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때로 자신의 가장 귀한 것까지 내어 놓는 결단이 필요하다.
주님을 위해 복음을 위해 목숨까지 드릴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