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과거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이 있다. 거기에 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욕망까지 갖고 있어서, 시간을 거슬러가는 장치인 타임머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지금도 공상과학영화의 소재로 타임머신이 종종 등장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지배하던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실제로 타임머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뉴턴 이래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을 하고, 세계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다윈의 진화론적 사고가 어우러지면서 과거로의 여행이 상상속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모든 것의 한계속도는 빛의 속도, 즉 광속이다. 광속과 같은 속도로 달리면 시간이 정지되기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치를 개발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타임머신에 대한 과학자들의 생각이 오만이었음을 밝혀주는 결정적인 법칙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열역학 제2법칙으로 일명 엔트로피 법칙이다. 자연계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무질서도가 증가하게 되어 있기에, 거꾸로 되돌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사람이 늙고 죽는 것이나, 모든 사물이 시간이 지나면 낡아 없어지는 것도 엔트로피 법칙 때문이다. 죽은 사람을 결코 살릴 수 없듯이, 시간 역시 되돌릴 수는 없다. 시간은 단지 종말을 향해 일직선으로 나아갈 뿐이다.
벨기에의 유명한 물리학자인 프리고진은 “시간은 과거로부터 미래로 단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다. 우리는 시간을 조종할 수 없으며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고 단언했다. 타임머신의 불가능성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의 행복했던 시간이 아무리 그립고 생각난다고 해도, 또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고통의 시간이라도 타임머신을 통한 과거로의 여행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아직도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다고 집착하여 실험실에서 헛되이 시간을 보내는 어리석은 과학자들이 있다. 마찬가지로 지나간 과거에 집착하여 과거의 끈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역시 타임머신 속에 자신을 가두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미래를 바라본다.
9·11테러 사건 때, 유나이티드(United) 93편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들 중에 휘튼대학 출신의 신실한 그리스도인인 타드 비머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비행기가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것을 알고 주기도문과 시편 23편을 암송한 다음 조종실로 뛰어들어 비행기가 워싱턴의 국회의사당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았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그의 아내 리사 비머는 9·11 테러 사태가 있은 지 두 달 후, 뉴저지에 모인 약 2만 5천명의 기독 여성들을 향해 이렇게 간증을 했다.
“9·11 이전만 해도 나에게 9·11은 달력에 나오는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9·11 날짜를 들을 때마다 공포와 분노 그리고 개인적 상처와 아픔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잃어버린 것들만을 생각할 것인지 아니면 남겨진 것들을 생각하며 살 것인지, 공포 속에 살 것인지 소망 속에 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나는 소망 안에서 살기를 선택했습니다. 내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강한 여성이어서가 아닙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영원한 소망 때문입니다.”
그렇다. 과거에 대한 추억과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과거라는 타임머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과거를 현재로 만드는 타임머신은 어디에도 없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과거로의 헛된 여행 대신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놓으신 미래로의 여행을 꿈꿔야 할 것이다.
이것이 소망이다.